[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월가의 전설 바이런 빈 인터뷰 "트럼프, 정말 시장 놀래킬 수 있다"

입력 2018-07-02 06:59   수정 2018-08-16 14:42


월스트리트에서 ‘레전드’ ‘족집게’로 통하는 바이런 빈 블랙스톤 부회장을 인터뷰했습니다. 1965년 애널리스트로 월스트리트에 입문했으니, 무려 50년이 넘게 투자 업무를 해온 사람입니다.

1986년 모건스탠리 수석투자전략가(미국)을 지낼 때부터 매년 초 ‘10 서프라이즈‘(올해 10가지 투자자들을 놀라게할 일)’ 라는 연간 투자 전망을 발표해왔는데, 매년 초 모든 월스트리트의 모든 투자자들이 반드시 읽어야할 투자 지침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올해 초 내놓았던 33번째 ’10 서프라이즈‘에서도 △서부텍사스원유(WTI) 기준 유가 80달러 돌파 △증시 10% 조정 △달러 강세 △미 중앙은행(Fed)의 4차례 기준금리 인상‘ 등을 예상했었는데, 대부분이 다 맞아떨어졌죠.

인터뷰가 7월2일자 한국경제신문에 나갔지만, 지면 사정으로 잘린 내용이 많습니다. 투자하는 데 읽어보면 좋을 듯해서 빈 회장이 말한 ‘하반기 투자 전망’ 전문을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에 그대로 싣습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증산에 합의했는데, 유가는 급등했습니다. 더 오를 것으로 보십니까.

“올해 초 WTI 기준 배럴당 80달러를 예상했었습니다. 근처까지 갔다가 약간 내려왔지만 지금도 같은 견해입니다. 유가는 더 오를 겁니다. 베네수엘라 이란 등에서 공급이 줄고 있고 미국 셰일오일은 환경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세계 공급량은 예상보다 늘어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요는 예상보다 견조합니다. 향후 2년간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최근 증산을 추진해 합의가 됐지 않습니까.

“사실 왜 그 나라들이 증산을 추진했는 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사우디는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상장을 추진중입니다. 유가가 80달러 이상으로 더 높아지면 좋지요. 셰일오일 증산을 우려한 것이란 분석이 있지만, 모든 산유국은 돈이 더 필요합니다. 재정을 유지하려면 유가가 높을수록 좋습니다.”

▶Fed가 지난 13일 올해중 금리를 추가로 두 번 더 올리겠다고 했습니다. 예상이 맞았습니다.

“지난 1월 Fed가 올해 기준금리를 네 번 올릴 것이라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미쳤다고 했었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예상했던 경로대로 가고 있습니다. 저는 극단을 예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달러 강세를 유발해 신흥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높은 금리는 달러를 끌어올리지요. 신흥국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지만, 그러면 미국이 좀 더 많은 신흥국 상품을 살 수 있게 됩니다. 괜찮을 겁니다. 저는 지금도 자산의 10%를 이머징마켓에 투자합니다.

신흥국은 이렇게 보면 될 겁니다. 세계적으로 어느 나라에서 중산층이 가장 많이 증가하고 있습니까. 중국과 인도입니다. 어디에서 감소하죠? 미국과 유럽입니다. 중국과 인도는 아직 기회가 많습니다. 제가 젊다면 부가 새로 형성되는 아시아로 갈 겁니다. 세계 경제는 점점 더 동조화되고 있습니다. 2021년 전에는 세계 경기 침체는 없을 것이다.”

▶미국 경기가 10년째 확장 국면입니다. 언제쯤 침체가 시작될까요.

“많은 이들이 2019년, 2020년을 얘기하지만, 저는 2021년에 시작된다고 봅니다. 우선 침체를 1~2년 전 예고하는 징후들이 아직 없습니다. 장단기 금리가 역전되려면 2년 정도 있어야할 겁니다. Fed가 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그렇게 공격적이지는 않죠. 인플레이션은 올라가고 있지만, 뛰고 있진 않습니다. 통상 침체가 오려면 실업률이 조금씩 올라가지만, 지금 계속 내려가고 있습니다. 과잉 재고가 없구요. 이 때문에 다음 침체는 좀 더 느리게 올 것이다.

그렇게 보는 또 하나의 배경이 있는데, 금리가 지금도 여전히 낮고 미국 행정부의 재정 적자가 막대하다는 겁니다. 통상 침체에 대응할 수 있는 이 두 가지 정책 수단이 제 자리에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책 결정자들이 어떻게든 최대한 침체를 늦출 것으로 봅니다. ”

▶달러는 강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나? 트럼프 대통령은 약달러를 원하는데요.

“미국이 성장하고 금리가 높아지면 당연히 강달러가 뒤따릅니다. 미국 대통령 지지율과 달러는 매우 강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오르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많은 이들이 부정적이었습니다. 그는 세금과 규제를 낮추겠다고 했고 그 공약을 실천했습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미국은 연 2%대 성장을 했는데, 이제 연 3%대로 가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이 당선됐다면 세금과 규제를 늘렸겠지요.”

▶미국 증시는 어떻습니까. 지금도 연말께 더 오른다고 보십니까.

“뉴욕 증시는 2009년 3월 이후에 강세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들어 10% 조정을 겪었고 올 여름께 추가로 10% 조정을 받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그건 조정이지, 약세장으로 바뀌는 게 아닙니다. 여전이 연말께 S&P500 기준 3000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하게 믿습니다.

시장은 다음 침체가 다가오기 전까지는 계속 상승할 겁니다. 침체 신호가 나오기 1년 전, 2020년 정도에 장세가 바뀔 것으로 봅니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 증시에 뭔가 위험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습니다. 어떤 위험인가요.

“지난 1월 초 투자자들은 지나치게 긍정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조정장이 올 거라고 예상했지요. 모두가 긍정적이라면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리고 지난 2월4일 고용보고서가 나온 뒤 인플레이션 우려가 갑자기 불거졌고 10% 조정이 뒤따랐습니다.

이번 위험은 지정학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봅니다. 미국은 중국과 유럽, 캐나다 등과 무역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상 극한까지 몰아붙였다가 조금 물러서왔습니다. 시장은 지금도 그럴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그래서 계속 상승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장을 정말 놀라게 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통상전쟁이 심화되면 시장은 어떻게 될까요.

”지정학적 요인은 세계 경기뿐 아니라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갈등이 고조돼 세계 경기가 영향을 받는다면 미국 경기도 예상보다 빨리 침체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S&P500 기업 매출의 40%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합니다.“

▶아마존 넷플릭스 등 기술주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거품이라고 보시는지요.

“사실 뉴욕 증시에서 기술주는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알파벳 넷플릭스 등 10개 주식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정말 시장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수익증가율을 보십시오. 일반 기업이 시장 예상을 상회할 때는 주당순이익(EPS)가 통상 1~2센트 더 나오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기술주들은 한계가 없는 것 같습니다. 시장 예상을 크게 웃돌 능력이 있으며, 매분기마다 시장을 놀라게 할 수도 있습니다.”

▶중국이 기술에서도 미국을 앞설 것이라고 예언하셨는데요.

“중국은 정말 좋은 교육 시스템을 갖고 있고 그들이 창의적일 수 있다는 걸 역사적으로 증명해왔습니다. 기술에서 세계 1위가 되는 것도 당연합니다. 미국보다 네 배가 많은 13억명 인구가 있구요. 교육 시스템이 좋은데다 인재들이 미국과 유럽에서 배운 뒤 돌아갑니다.

중국 정부는 기술 발전을 지원하지만, 미국은 점점 더 줄이고 있죠. 내년이면 연구개발(R&D) 투자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게 됩니다. 지금의 경로로 보면 추월하는 건 분명합니다.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반도체 자급자족 등 목표를 이뤄낼 것이구요. 건국 100주년인 2049년 경제 군사 정치 기술 등에서 모두 세계 1위가 될 것으로 봅니다. ”

▶중국이 막대한 부채로 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중국이 뛰어난 점은 장기적으로 본다는 겁니다. 중국은 연 6% 정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7% 성장할 수 있겠지만, 시진핑 국가주석이 속도를 줄이면서 누적된 부실채권 문제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2년 전 모두가 중국 경제의 하드랜딩을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도 그런 얘기를 하지 않습니다.”

▶중국의 내부에서 정치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중국에서 정치적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도 낮습니다. 매년 네 차례 중국을 가서, 많은 중국인 리더들을 만납니다. 그들은 ‘투표권이 무슨 문제냐. 미국인들은 투표권을 줘도 반 밖에 하지 않지 않느냐’고 말합니다.

중국인들이 원하는 건 ‘더 잘 사는 것’입니다. 지난 20년간 크게 발전해왔고, 발전하는 한 중국인들이 현 체제를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부모 세대보다 다음 세대가 더 잘 살 수 있다는 데 아직 많은 중국인이 동의합니다. 오히려 미국 등 선진국은 그렇지 않지요.”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좋은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내용은 별 게 없었죠. 올 초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리틀로켓맨’이라고 불렀고, 김정은은 트럼프를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받아쳤습니다. 하지만 지난 회담에서 트럼프는 김정은을 여러 번 칭찬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전쟁 가능성은 낮아진 것 아니겠습니까.

월스트리트 컨센서스는 ‘싱가포르에서 최소 나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에 대해선 계속 지켜보자’는 것입니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한국 증시는 재평가될 수 있을까요.

“한국은 제조업에 뛰어나고 최고의 전자회사를 갖고 있습니다. 신흥국의 모범사례지요. 북한의 비핵화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정말 큰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노령화, 인구 감소가 문제라지만, 저는 한국도 그렇고 일본 경제에 대해서도 긍정적입니다.

한국은 매우 실행력이 좋은 나라입니다. 세계 경제는 계속 성장하고 있고, 한국의 위치는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2020년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을 어떻게 보십니까.

역사를 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경제 사정에 따라 투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트럼프는 경제적 능력을 증명했습니다. 3%대 성장하고 있고, 실업률은 40년래 최저 수준입니다.”

▶인공지능(AI)이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솔직히 걱정됩니다. 기술이 이제 화이트칼러 계층에 침범하고 있습니다. AI가 금융사와 로펌 병원 등 어떤 직업도 자동화할 수 있습니다. 정말 많은 이들이 실업 상태에 놓여도 놀랄 일이 아니지요. 과거 로봇에 의해 직업을 잃었던 제조업 근로자들은 새로운 잡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젊은 이들은 어떻게 대비해야할까요?

“전 언제나 창의성을 키우는 게 기술(스킬)을 익히는 것 더 중요하다고 믿어왔습니다. 기술은 자동화될 수 있습니다.

처음 월스트리트에 왔을 때 저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나는 애널리스트로서 기존의 관행(루틴)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10 서프라이즈’를 만든 것도 그래섭니다. 이 자리까지 온 것도 좀 더 창의적이었기 때문이고 생각합니다.”

▶매년 ‘10 서프라이즈’를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닐텐데요. 어떻게 판단을 내리십니까.

“보통 그 전 해 10월쯤 준비를 시작합니다. 직관에 의한 추정을 세우고 그 가설이 맞을 지 증명하기위해 계속 연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위험을 감수해야지요. 저도 항상 4분의 1 이상 틀립니다. 4분의 3이 맞다면 정말 잘하는 것이고, 3분의 2가 맞다면 괜찮은 겁니다. 3분의 2~4분의 3 사이가 맞다면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하는 건 예언이 아닙니다. 투자자들에게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겁니다. 나는 그런 걸 잘 한다고 생각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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